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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트기 시작하자, 웅장한 우의관 성루가 금빛 여명 속에서 천천히 깨어난다. 관문 앞에는 여행객들이 모여들고, 진이 원수가 남긴 힘찬 글씨 ‘友谊关(우의관)’ 세 글자를 올려다보며 천년 고개의 역사와 무게를 느낀다. 한편 출입국 관리소 안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인다. ‘하루 만에 두 나라 여행’을 신청하려는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 있고, 기대감과 설렘이 얼굴 가득 번진다. 지금 중국 광시(广西)의 국경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세계의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한 걸음에 두 나라 — 덕천(德天)·판약(板约) 폭포의 ‘크로스보더 관광’
“예전엔 국경이라고 하면 멀고 신비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직접 국문을 통과해 경계비를 보고, 심지어 한 발로 두 나라를 동시에 밟을 수 있다니 너무 특별해요!” — 광둥성에서 온 관광객 량치치 씨
그녀가 경험한 곳은 중국과 베트남이 공동 운영하는 ‘덕천(德天)-판약(板约) 폭포 국경 관광 협력구’다. 2024년 정식 개방 이후 이곳은 SNS에서 ‘핫플’로 떠올랐다. 관광객은 사전 예약 후 단체로 입출국하며, 유효 여권만 있으면 간단히 국경을 넘어 중·베 양국의 폭포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 걸음에 두 나라, 한 폭포로 두 경계”다.
운영사 관계자 롱성왕은 “우리는 세계 최초로 ‘한 장의 티켓으로 두 나라 여행’을 실현했다”며 “하루 예약, 당일 출발이 가능하고, 하루 최대 1000명까지 입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우의관 세관도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통관 속도를 높였다. 지능형 게이트와 CT 검사기 등을 활용해 안전한 동시에 빠른 출입국을 돕고 있으며, 관광 성수기에는 단체 여행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비상 계획까지 세워놓는다고 한다.
🌃 변방의 밤, ‘푸자이 거리’의 활기찬 불빛
관광 열풍은 국경 도시의 야경도 바꿔놓았다. 2025년 8월 문을 연 ‘푸자이(浦寨) 풍정거리’는 국경선을 따라 늘어선 화려한 거리로,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이 12만 명을 돌파했다.
이곳에서는 현지 음악 공연과 민속무용, 화려한 조명 쇼가 어우러지며 ‘무역의 활력’과 ‘문화의 낭만’이 함께 흐른다. 푸자이의 밤은, 국경이 아니라 중국의 새로운 문화 창구로 변하고 있다.
🏞️ 2000년의 숨결 — 화산암화(花山岩画)와 낙월(骆越) 문명
좌강(左江)을 따라가면 붉은색 인물과 동물 문양이 새겨진 화산암화(花山岩画)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중국 최초의 ‘암화(岩畵) 세계문화유산’으로, 2000년 넘게 바람에 씻기며도 선명히 남아 있다.
관리소 관계자 황옌은 “보호가 최우선입니다. 전문 보호 규정과 경보 시스템, 그리고 매일의 현장 순찰이 이 문화유산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그물망 역할을 합니다.”라고 전했다.
가까운 숭좌(崇左)시의 장족박물관에서는 3D 홀로그램·인터랙티브 체험으로 이 고대 벽화를 ‘살아 있는 문화’로 재해석하고 있다. 관람객은 직접 붓을 들고 화산암화를 그려보며 낙월 문명의 맥박을 느낄 수 있다.
🎵 천금(天琴)의 고장, 손안에 담긴 문화
중국 ‘천금 예술의 고향’으로 불리는 룽저우(龙州)현에서는 천금의 선율이 관광객의 마음을 울린다. 현지 장인들은 천금의 문양을 실크 스카프, 책갈피, 자석 기념품 등에 새겨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상품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천금은 더 이상 ‘악기’에 머물지 않는다. 누구나 손에 쥘 수 있는, ‘가져가는 문화’가 되었다.
또 다른 변화의 주역은 청년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덩 씨는 천금 마을에서 카페를 열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모님 곁에 있고, 천금 문화를 알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녀의 작은 카페는 이제 여행객과 지역 문화를 잇는 ‘문화 쉼터’가 되었다.
🌿 자연이 곧 자산 — 녹색관광의 길
십만대산(十万大山)에 자리한 상스(上思)현은 ‘중국의 산소도시’라 불린다. 이곳은 숲속 온천과 조류공원을 중심으로 ‘산림 치유 관광’을 발전시켰다. 2024년 한 해에만 33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관광 수입은 31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숨쉬는 것’이 자원이 되고, ‘보는 것’이 수익이 되는 곳, 생태 보전과 주민의 삶이 함께 나아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화산암화 주변의 촌락들은 관광으로 새롭게 살아났다. 닝밍(宁明)현의 바야오촌 주민 비칭차오 씨는 말했다. “이제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오고, 우리 마을 특산품인 죽순과 흑설탕이 인기예요. 전통 방식으로 흑설탕을 만드는 체험장을 열었는데, 연소득이 7만 위안으로 예전보다 두 배나 늘었어요.”
징시(靖西)시의 통링대협곡(通灵大峡谷)도 지역 농민에게 문을 열었다.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백향과와 황피사탕수수를 즉석 음료로 만들어 판매하고, 이것이 전국 각지의 여행객을 통해 ‘향토의 맛’으로 전해진다.
✨ 국경,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시작’
지금의 광시 국경은 더 이상 닫힌 경계가 아니다. 이곳은 세계로 통하는 창이자, 문화와 생태, 경제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길이다. 화산암화의 붉은 벽화, 천금의 청아한 음색, 그리고 국경의 별빛 아래서 피어나는 젊은 열정이 오늘의 중국을 말해주고 있다.
“나는 국경에 왔지만, 여기서 중국의 미래를 보았다.”